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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나한테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1
    암 투병기 2024. 7. 2. 18:43

     "희귀합니다."
     
    2023년 11월 27일 자궁근종 조직 검사 결과를 듣고 나온 날
    제 머리 속을 맴돌던 의사의 한 마디였습니다. 
     
    저는 1인 가구로 살아가는 평범한 40대 프리랜서였습니다.  
    매년 치과, 안과, 산부인과, 내과를 정기적으로 다니고,
    2년에 한 번씩 있는 일반건강검진과 암검진을 받고 있었고 주기적으로 수영장이나 헬스장을 다니며 적정 체중 유지하며 건강 관리를 하고 있었어요. 정기적으로 먹는 약은 따로 없었고  매년 독감 백신을 챙겨 맞고, 코로나 때는 코로나 백신을 3차까지 맞았습니다. 
     
    산부인과의 경우, 4cm 미만의 자궁근종 2개가 있어서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동네 산부인과에 다니며 추적관찰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재작년 여름 그 중 하나가 갑자기 6cm 정도로 커졌고, 6개월 후인 올해 초에는 '상급병원에 가서 제거 수술을 받는게 좋겠다'는 의사의 소견서를 받았어요. 
     
    그동안 크기 변화없이 잘 유지하고 있었는데, 결국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하다니...
    아쉬운 마음에 한방 병원에 갔지만 한방 치료를 받아도 커진 근종은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였어요ㅜ,ㅜ
    그래서 결국 알아본 끝에 자궁근종 제거 수술 잘 하기로 유명한 의사가 있다는 동대문의 린 여성병원에 예약하여 수술을 받았어요. 코로나가 아직은 유행이었던 시기,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혈압 문제까지 발생하여
    두 차례 수술이 연기되다가 간신히 11월 중순에 수술을 할 수 있었어요. 
     
    수술은 원포트 로봇복강경 수술로 진행되어 출혈이 많지 않고 회복 속도도 빠르고 무사히 잘 마쳐서 일주일 후 업무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남은 일은 수술 상처 잘 아물고 체력 회복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지요. 퇴원 열흘 후 조직 검사 결과 보러 가는 것 역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제 수술을 담당했던 김 원장님의 첫 마디는
    '아이고' 였습니다. 
     
    "아이고...참...수술은 잘 끝났는데 00씨 조직 검사 결과가 안 좋아서 마음이 무겁네요. 자궁근종 조직검사에서 암이 발생하는 경우는 흔한 경우가 아니고, 저도 2~3년에 한 번 이런 환자분을 만날까 말까입니다.
    희귀합니다. 자궁육종으로 보이는데 0.5% 정도 희귀한 암이고, 의료 자료를 검색해 보아도 데이터가 별로 없어요. 아무 병원이나 가면 안될 것 같은데...혹시 가려고 생각하는 종합병원이 있나요? 없다면 제가 부인과 쪽으로 유명한 전문의사 소개시켜 드릴게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검사 결과여서 순간 좀 멍해지기도 했지만, 병원에서는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김 원장님이 소개시켜 준 전문의사는 자궁난소암 분야의 명의라고 손꼽히는 분이셨기 때문에 저는 별다른 이견없이 여성병원 상담실에서 대신 예약해준 대로 서류를 챙겨서 다음 날 국립암센터로 가기로 했습니다. 
     
    진료실에서 결과를 듣고 상담실에서 예약을 진행하고 창구에서 서류를 한 움큼 받아들고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할 때에서야 비로소 제 상황이 현실적으로, 감정적으로 와 닿기 시작했습니다. 
     
    희귀하다고?
    육종이라고? 이건 또 뭐야..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몇 년동안 잘 관리해왔는데...왜 이제 와서 이러는 거냐.. 
    그나저나 동생, 엄마, 언니들, 내 입퇴원 도와준 절친들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언제 말해야 할까? 
    가족과 친구들 얼굴이 하나둘 떠오르다 보니
    잠시 운전을 멈춰야 싶을 정도로 울컥 감정이 치밀어 올라왔고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제 앞에 어떤 시간이 펼쳐질지 알 수 없어서 막막하고,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두렵기도 했습니다. 
     
    그날 밤 마음을 다 잡으려고 일기장에 이렇게 썼었네요. 
     
    <이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이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자책, 원망, 절망,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나에게 닥친 일을 차근차근 하나하나 헤쳐나가보자
    바로 옆에 배우자나 자식이 없어서 나로서는
    오히려 다행이고 홀가분하다.
    이래서 1인 가구, 솔로의 삶이 내게 더 맞고 편하구나 
    바로 옆에 있는 가족들이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걸 보면 내가 미안해서 더 못 견딜 것 같다. >

    로봇 수술, 회복이 빠르다!
    린 여성병원에서
    처음 국립 암센터를 가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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