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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 암 진단 후 수술 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기
    암 투병기 2024. 11. 10. 21:20



    CT 촬영을 하고 결과가 나오기 까지 시간은 참 더디게 흘러갔습니다. 업무는 업무대로 특별한 일 없이, 늘 하던 대로 했습니다. 하루 이틀 지나고 하던 업무에 집중하다 보니 평소처럼 일할 수 있고 평범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어서 그저 모든 게 감사했습니다. 
     
    미용실에 가서 앞머리 펌을 하다가 훌쩍 눈썹 위로 올라간 모습에 
    헤어 디자이너 분과 같이 거울 보며 웃기도 하고, 
    김치만두, 마늘바게트 등 먹고 싶은 것이 떠올라
    저녁 퇴근 길에 사서 넷플릭스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도 하고,
    친구나 동료와 평범한 안부를 나누는 통화를 하고, 
    헬스장에서 루틴대로 운동하며 이웃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늘 그렇듯 오후 출퇴근을 하며 일하다보니 일주일이 지나갔습니다. 
     
    CT 결과를 보던 날, 암센터 임 선생님은 빠르게 말했습니다.
     "다른 수치들은 다 괜찮아요. 그런데 CT 상으로 보니 직장 쪽에 종양 이상 소견이 있어요. 
    육종암 같은데...이거 빨리 수술 들어가야 해요. 죄송하지만 저는 다음 주 일주일간은 학회 때문에
    국내에 없어요. 빠른 일정은 다다음주 수요일 가능합니다. 어떻게 하실래요? 다음 주
    수술하신다고 하면 다른 교수님 연결해드릴게요." 
    아, 머리가 아팠습니다. 
    "아니요, 저 선생님께 수술 받을게요. 다다음주 수술로 진행해 주세요, 선생님. 저도 너무 갑작스러운데다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도 정리하고, 인수인계할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
    이후 선생님은 주변 병원과의 협진으로  당일 오후 MRI 촬영을 예약했고, 다음 날 긴급 PET-CT 검사를 하라고 했습니다. 
     
    일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회사에는 어떻게 어디까지 알려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병원 가는 일과를 제외하고는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밤잠은 계속 설치고 있었습니다.
    검사를 위해 12시간 금식을 해야 했지만, 이미 입맛은 달아났지요. 
    뭔가 손에 안 잡히고 붕붕 떠있는 느낌, 이 모든 게 제 현실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육종암, 희귀암 등 얼핏 보았던 정보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이제부터 주변에 하나둘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우선은 PET-CT 검사를 마친 날 오후, 하던 수업 업무 정리와 이관 때문에 상사에게 먼저 상황을 말했습니다. 
    다행히 10여년 이상 서로를 봐온 관계여서 감사하게도 상사는 먼저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일은 전혀 신경 쓰지마! 다른 거 아무 것도 신경 쓰지 말고 지금부터는 자기 몸만 생각하는거야. 얼마나 놀랬을까?
    남일 같지가 않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도와줄게. 언제든 연락 하고!" 
    말씀만으로도 얼마나 든든하고 마음이 놓였는지 몰라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음날 오후 협진 병원에서의 MRI 판독지를 들고 다시 암센터 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다행히 다른 주요 장기에는 이상 없어요. 오로지 자궁 뒤쪽 직장 사이에 있는 복막에 보이는 종양 제거를 해야 겠네요. 
    나머지 예방적 차원에서의 절제 범위도  정해야겠군요. " 
    이 날은 검사 결과, 수술 범위, 수술 종류, 수술 날짜 확정 등으로 평소보다 오래 진료 상담을 했습니다. 
    일반 복강경 또는 로봇으로 할지, 수술 범위에 따른 장단점, 입원 일정과 이후 항암 치료 등에 대해서 나누었습니다. 
    회복이 빠른 수술법으로, 최대한 전이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범위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과를 확인하고, 치료 방향이 결정되자 정말 홀가분했고, 안개가 걷힌 느낌이었습니다. 
    결과를 궁금해하는 동생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을 때도  목소리 톤이 달라졌습니다. 
    "야, 속시원하다! 직장 복막에 종양이 있대. 다른 데는 괜찮대. 수술 날짜 예약했다. 이제 홀가분해." 
    엄마한테는 내일 점심 약속 때 말씀드릴 건데, 혹시라도 희귀암이다, 뭐다 자세히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다음날 엄마와 식당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가볍게 툭 털어놓았습니다. 제가 운전하고 있어서 뒷자리에 앉은 엄마를 보지 않고 덤덤히 말할 수 있었습니다. 전날 밤 담담히 말하는 연습도 했어요. 
    "엄마, 나 열흘 뒤에 입원해서 수술해. 병원에서 검사했는데, 복막에 암이 있다고 하네. 아빠 때 복강경으로 위암 수술 했던 거 생각나지? 그것처럼 떼어내는 수술해야 한대." 
    "뭐? 암 수술? 수술만 하면 되는 거래니? 독한 항암약은 안해도 된대?"
    "응. 선생님 말로는 수술만 하면 될 거래. 항암은 안해도 될 거라고 해. 그나마 다행이지! 다른 수치는 다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엄마는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평소의 엄마 답게 목소리를 높이시며, 젊으니까 수술 잘 마칠 거라고, 요즘 기술도 더 좋아졌다며 밝게 말하셨지요. 이날 평소와 다름없이 맛있게 칼국수와 해물파전, 비빔밥을 먹고 헤어졌습니다. 
     
    이후로는 가족처럼 가까운 오랜 친구들과 친언니들에게 만나서 또는 전화 상으로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암에 걸렸다라는 것을 알리는 게, 그들에게 얼마나 당황스럽고 충격을 줄지, 그리고 그렇게 알리는 것 자체가 미안하고 죄송스러웠습니다. 그렇다고 말하지 않고 비밀로 하자니 그건 더더욱 아닌 것 같았고요. 
    가장 친하면서도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에게 알릴 때도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어요. 얼굴을 마주하고 만났을 때는 더더욱 눈시울부터 시큰해졌습니다. 전화 상으로는 울컥 치미는 목소리를 가다듬는 게 힘들었습니다. 친언니들에게 전화했을 때는 더 말할 것도 없었어요. 말하다가 몇 번을 잠시 멈출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에서도, 눈빛에서도 당혹감과 놀람, 충격, 슬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충격에 울음을 멈추지 않는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동요하지 않고 동생의 상황을 침착하게 파악하려 하지만, 역시나 슬픔을 억누르기 힘들어 했던 언니들의 목소리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암에 걸린 사람들이 아무리 흔하다고 하지만,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일어난 일이면 심정적으로 크게 동요될 수 밖에 없네요, 아직은...다른 만성질환처럼 가볍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사실 저조차도 이때는 그랬습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내가 뭘 잘못 했다고, 이렇게 빨리 나에게  생기는지 화가 나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막막하고 불안하기만 했으니까요. 
     
    회원들에게 건강상의 이유로 휴직을 하게 된 점을 알렸습니다.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암 치료를 위해 긴급하게 업무를 중단하게 되었음을 알렸어요. 담담하게 괜찮았다가도 정들었던 회원들을 볼 때마다, 염려해 주는 친근한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어느 새 감정이 요동치며 울컥 올라오고는 했었습니다. 일주일 사이에 이렇게 모든 일상이 뒤바뀌어 버리는 알 수 없는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여러 검사를 하고 암 선고를 듣고, 치료 방향이 결정되던 그 2주 간의 시간보다, 주변에 제 상황을 알리고, 일을 정리하던 일주일이 감정적으로 더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잠을 이루기 어려운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눈시울을 붉히고, 울컥하고, 감정의 높은 파고를 겪었습니다. 

     


    * 암 진단 후 하는 대표적인 검사 CT, MRI, PET-CT 는 모두 의료 영상 진단에 사용되는 검사법이지만 각기 다른 원리와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수술과 항암 치료 후 추적 관찰 때에는 CT 검사를 합니다. 

    검사 종류원리주로 사용하는 경우장점 단점 
    CT (Computed Tomography)X선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하여 단층 영상을 생성뇌, 흉부, 복부 등 주요 장기와 구조 검사빠르고 넓은 영역 검사 가능, 뼈와 조직 구조를 잘 보여줌방사선 노출, 연조직 구분이 MRI보다 낮음
    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강한 자기장과 라디오파를 이용해 신체 내부 영상화뇌, 척추, 관절, 연조직 세밀 검사연조직과 신경 조직의 세밀한 영상 제공, 방사선 노출 없음검사 시간 길고 비용이 높음, 금속 임플란트 환자 사용 불가
    PET-C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 - Computed Tomography)방사선 동위원소 주입 후 대사 활성을 촬영하여 CT 영상과 합성암 진단과 치료 경과 관찰, 뇌질환 평가기능적 대사 활동 파악 가능, CT와 결합으로 구조 및 기능 동시 확인방사선 노출이 높고 비용이 비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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